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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행복은 정말 어려워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믿는다. 악기도 배우고 싶고, 그림 그리기나 붓글씨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고, 노래 부르기도 제대로 공부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우선 공부하고픈 것은 행복학과 죽음학이다. 물론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말을 타고 질주하다가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며 기다린다고 한다. 뒤처진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대단한 지혜다. 나도 이런 지혜를 배워, 차분하게 기다려 마음을 다독여 빈자리를 만들어놓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   느닷없이 무슨 행복이요, 죽음이냐는 질문이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행복과 죽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답게 잘 죽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마지막이며 가장 큰 행복이고,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행복한 죽음!   행복 같은 거야 살면서 저절로 얻어지는 생활의 지혜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골치 아프게 학문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뭐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경제학도, 정치학도 아닌 ‘행복학’으로, 재학생의 5분의 1이 수강할 정도라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을 갈구하지만, 실제로 행복해지는 길이나 방법을 배워주는 곳은 마땅하게 없다는 이야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도 ‘리더십과 행복’이라는 이름의 행복학 강의가 인기라는데, 목적은 ‘행복을 모르는 경영인은, 행복을 관리할 줄 모르는 경영인은 결코 성공적인 기업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기업을 이끌 지도자에게는 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정서적인 웰빙, 즉 행복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행복학 과정도 학생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방향을 잡기 위해 먼저 자료를 찾아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언이 이렇게나 많고, 책도 이렇게도 많다니….   “성공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지름길이다.”(알베르트 슈바이처)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올라갈 데도 없고, 더 채울 것도 없는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다”(마틴 셀리그먼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   “행복을 우연한 결과물, 유전적 결과물로, 생활 환경의 결과물로만 여기는 것은 단견이다. 행복은 가족, 친구, 의미 있는 직업, 신념 또는 인생관이라는 4가지 문제를 지속해서 보살피는 일과 가까운 개념이다.”(아서 브룩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그럼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한 해답도 차고 넘친다. 예를 들면, 스스로 만족하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돈 많이 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마라, 좋은 친구를 만들라,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지라, 긍정적 마음을 가지라, 웃어라, 집착하지 마라,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라, 베풀라, 용서하라, 사랑하라, 등등….   아이구! 골 아파라! 행복해지는 공부가 이렇게 골치 아프고 행복하지 않다니. 에이, 그냥 열심히 살면 되겠네. 단, 윤동주 시인의 말씀처럼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행복 행복학 과정 행복학 강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2024-08-08

[삶의 향기]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필자의 어린 시절 한국에서는 어린이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미국에도 어린이날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한국에서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이 미국보다 아이들의 인격과 권리를 더 존중해서일까.     종교인들이 자신을 행복전도사로 자처하고 교회나 사찰들은 흔히 행복발전소로 불린다. 대학에서 행복학 강의가 개설되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못된다. 행복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혹시 우리의 삶이 그만큼 행복하지 못하다는 반증은 아닐까.   월마트 입구에 붙어있는 광고 속 실종 어린이들이 가족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수십억 사기사건의 피해자들 음주운전의 피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의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 있을까. 뉴스를 5분만 보고 있어도 ''인생은 고해''라고 하신 부처님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니 이런 거창한 것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이코 같은 직장 상사와 말썽만 부리는 막내 아이에서부터 어제 산 새 옷 큰맘 먹고 칠한 안방의 페인트 색상 아침에 손톱 사이에 박힌 가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다.   낮에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던 사람은 저녁 식사 시간에 모처럼 만난 죽마고우와의 술자리를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 반가운 친구와의 모처럼 술자리에서조차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억울한 일 자체''이고 둘은 ''그 일에 대한 착심''이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본성을 텅 비어 고요하다는 의미에서 공적(空寂ㆍ텅 비고 고요한) 혹은 진공(眞空ㆍ완전히 텅 빈)이라고 한다. 수행을 통해 마음이 텅 비게 되면 우선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또한 마음이 텅 비게 되면 환하게 밝아진다. 이를 영지(靈知ㆍ신령스런 지혜) 또는 묘유(妙有ㆍ묘하게 있어지는 것)라고 한다. 형광등이 켜지면 책상 모서리가 훤히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 부딪히지 않듯이 지혜가 생기면 바른 판단과 바른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비워지면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억울한 일''과 ''억울한 일에 대한 집착'' 모두에서 벗어나 참다운 ''편안함''에 이를 수 있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 실질적 이유이다.   근처 명상센터에 방문했을 때이다. 정문에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단순히 견학을 위해 명상센터를 방문한 순간조차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들로 심각해 있던 차에 뜨끔했다. 필자를 더욱 당황하게 한 것은 그 순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심각하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법당입구의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당신의 머릿속입니다"이라는 문구에 이르러서는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번거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책상 앞에 딱 한 가지 법문이 놓여 있는데 그것은 "그대들은 허공이 되라"이다. 본래 텅 비어 한없이 고요하고 그래서 한없이 밝은 본성을 늘 묵상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편치 않을 때 이 법문은 큰 위로가 된다.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당신의 머릿속입니다" 가히 불법의 정수라 하겠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심각 어린이날 행사 행복학 강의 근처 명상센터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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